(주)지우학 발기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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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태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경제 양극화는 사회 불평등을 가속하고 나아가 민주적 사회 운영 원리를 해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시대정신의 부재 혹은 시대정신에 대한 담론의 태부족 현상과 결합하여 기후 위기나 생태 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실존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존의 근본이 되는 식량과 보건 분야는 지난 세기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왔으나 전술한 제약들로 인해 앞으로 과연 더 나아질지 미지수다. COVID-19 판데믹의 전개 양상과 그 이후 세계적으로 갈등과 불평등이 더욱 악화되는 모습은 애써 밝은 미래를 그리려는 캔버스 위에 그림자만 짙게 드리우는 듯 하다.
공동체는 시나브로 존재를 감추었고 그 자리에 헬조선, 각자도생 그리고 욜로가 들어섰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생명체의 숙명인 출산과 양육이 기피해야 할 일이 되어가고 있으며,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교육은 흉폭한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본래의 목적인 인격의 완성과는 전혀 관계 없는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훈련장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정을 꾸렸다. 비록 살면서 처음 겪는 일들을 연속으로 맞닥뜨리며 수많은 실수와 실수를 반복하고 있으나 동시에 우리는 사랑, 책임, 의무, 헌신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매일 새롭게 배우고 있으며, 그러한 미덕이 우리 자식들의 내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 자식들이 앞으로 살아갈 과정에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매일을 살고 있다.
우리는 기업인의 길을 택했고 기득권을 가진 강자만이 살아남는 시대에 맞서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평범한 조직이 우리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려 노력해 왔다. 그 긴 실험이 과연 성공을 거둘지 알 수 없지만 앞날이 결코 녹록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기업을 경영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업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기회를 얻었고, 우리의 관심과 선택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분야에 사회적 관심을 갖게 하고 자원이 투입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대한 시대의 흐름 앞에 우리는 그저 짧은 삶을 살아가는 개인일 뿐이다. 아무리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것이 우리를 적자생존의 비정한 맷돌에서 구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생의 절반 가량을 살아온 지금,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그저 살아지는 것은 마뜩잖다. 더구나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의 시대보다 못한 시대를 살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위태로운 시대를 살아내야 할까?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어른의 의무이다. 우리는 기업인의 삶을 살며 배운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우리 아이들이 그들의 삶을 살아갈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씨앗을 뿌리려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 가지만 꼽으라면 기술의 진보(AI, 탈탄소 등)와 인구 구조의 변화(고령화 등)일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마땅히 포함하되 세인의 관심과 동떨어진 것이라 해도 우리가 판단하여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사회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물을 주고 영양을 공급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그러한 분야는 크게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보육(과 교육), 건강(식량과 보건), 노동(과 재교육),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생태(와 기후)가 그것이다.
보육은 사회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은 단지 노동 시장의 구조와 장기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치지 않고 인구 구조의 왜곡과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연금 지속성과 장기적 불평등 심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 특히 우리나라는 보육을 사회적 책임보다는 개인적 책임의 영역에 두고 있는데 이는 당장의 인구 구조만 보아도 옳지 않다. 따라서 보육을 더 이상 무급 노동으로 취급하지 않고 사회 기반 서비스로 자리 잡게 하는 모든 종류의 기술과 서비스가 우리의 첫 번째 관심사다. 또한 이를 토대로 하여 모든 아이들이 공평한 교육 기회를 누림과 동시에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닌 정보의 타당성을 판별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정립하여 공동의 가치관을 나누는 시민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모든 종류의 기술과 서비스 역시 응당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실존적 차원에서 무엇보다 우선하는 문제이며, 그것의 기초가 되는 식량 문제는 인구 대비 식량 생산 및 수급 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영양의 배분과 개인적 영양의 균형 그리고 식문화의 지속성 차원에서 시급히 대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예컨대 우리가 소비하는 곡류와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 전세계 탄소발자국의 20% 가량이 소모된다. 따라서 건강하고 생태친화적이면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식량 생산 기술은 우리의 관심사가 되어야 마땅하다. 한편 COVID-19 판데믹과 같은 위기는 앞으로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다수의 인구가 높은 보건위생을 누리고, 위기가 발발했을 때 빠르고 경제적으로 치료제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종류의 기술 역시 우리의 관심사이다.
노동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존감을 갖게 하며 자기 결정권을 형성하게 하는 원동력인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와 사회에 일조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미 만연한 불평등 위에 기술의 진보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노동의 형태와 방식에 계속해서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평생교육과 재교육, 노동 형태의 다양성 확보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 과제이다. 따라서 노동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그가 처한 지위가 어떠하든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한편 생애주기에 걸쳐 노동과 소득이 고루 분배되도록 하는 모든 종류의 기술과 서비스가 우리의 세 번째 관심사이다.
에너지를 생각하면 우리 문명이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인류는 지구 최대의 쓰레기 생산자이자 자원 파괴자이다. 그러나 이것을 획기적으로 바꿀 기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에너지 생산에서 공급, 배분, 소비에 이르는 모든 가치 사슬에서 낭비 요인을 줄이는 모든 종류의 기술에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싶다. 따라서 이것이 우리의 네 번째 관심사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들을 줄이는 것과 재활용하는 모든 종류의 기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태와 기후는 단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도 안된다. 우리는 이 분야에 필요한 연구를 위한 투자와 활동에 대한 지원이 우리 세대에 음의 수익을 낼 것이 확실하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가치 있는 지출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분야에 우리의 관심과 경험 그리고 자본을 투입할 것이다. 우리의 노력이 해당 분야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가장 큰 보람일 것이고 자본 이득이 생긴다면 선순환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식들이 각자의 관심과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공부하고 몰두하고 성장시키면서 자신의 삶을 가치 있고 독립적으로 일구도록 하는 데에 사용할 것이다. 이것이 신설 법인의 발기 취지이다.
2023. 11. 7.
발기인 일동